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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심리학자가 본 불륜의 심리

cbh하늘 2013. 8. 28. 01:34

 불륜 욕구는 생물학적 본능. 금지된 상황이 사랑을 더 절실하게 만들어

 



사랑을 다룬 대부분의 소설과 영화는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며 두 주인공의 결혼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우리는 결혼이 곧 사랑의 완성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혼은 사랑의 설렘과 흥분을 사라지게 하고 ‘낭만’을 ‘생활’로 바꾸어 버린다. 사랑이 이렇게나 빨리 변해 버린 걸까? 그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예전의 뜨겁던 사랑이 다시금 그리워지고, 누군가에게 또다시 열정을 느껴 보고 싶고, 나의 힘든 부분을 그 누군가의 따뜻함으로 위로 받고 싶다는 생각은 중년 부부라면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서의 사랑과 불륜, 외도를 통해 대리만족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나 아프로디테가 끊임없이 결혼 밖에서 사랑을 찾은 것을 비롯해 인간 사회에서 외도와 불륜은 오랜 역사를 지닌다. 사실 4000여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일대일의 짝을 갖는 종은 3%인 100여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앙, 휘파람새 등 일부일처제의 상징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조류에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새끼 6마리 중 5마리가 혼외 자식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혼한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외도의 기제를 추측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암컷 생쥐에게 혼자 있던 수컷 생쥐의 냄새와 다른 암컷 생쥐와 함께 있던 수컷 생쥐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 결과 암컷은 특이하게도 다른 암컷과 함께 있던 수컷의 냄새를 더 좋아하고 쫓아다녔다고 한다. 수컷에게 다른 암컷의 체취가 섞여 있음은 이미 다른 암컷이 그 수컷에게 접근했으며 다른 암컷이 눈독을 들일 만큼 검증된 상대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이는 실험실의 생쥐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불륜에 기저하는 한 가지 생물학적 기제라 할 수 있다.

불륜의 욕구도 사랑처럼 불가피한 인간 본성 중 하나인 걸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극도의 환희와 최고의 절정을 경험하게 한다. 실제로 사랑에 빠졌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은 어떤 인공적 마약보다 강력한 성분으로, 심장을 뛰게 하고 흥분시키며 사람을 일시적으로 미치게 만든다. 더욱이 외도와 불륜은 사랑을 완성하는 데 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랑에 장애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를 더 깊이 사랑한다고 지각하게 된다. 둘의 사랑에 장애가 존재할 경우 당사자들은 이런 장애에도 굴하지 않을 만큼 우리의 사랑은 깊고 깊은 것이라며 실제보다 더 강렬하게 서로의 사랑을 생각한다. 이를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불륜 커플의 사랑이 왜 그렇게 열정적인지를 설명해준다. 둘의 사랑에 대한 방해물이 도처에 깔려 있으니 강렬함에 대한 착각이 얼마나 크겠는가.

 

불륜은 금지된 사랑으로 극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주변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고 들키지 말아야 한다. 늘 조마조마해서 가슴이 뛴다. 이런 극한 상황은 두 사람의 사랑을 실제보다 더욱 큰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심리학 연구는 캐나다 밴쿠버 캐필라노 계곡의 두 다리에서 이루어졌다.

 

이 계곡에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서스펜션 브리지’가 있는데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는 캐필라노강을 아래로 하고 아찔하게 높은 곳에 매달려서 끊임없이 흔들거리는 위험한 다리이다. 반면 또 다른 다리는 캐필라노 계곡의 다른 곳에 위치한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이다. 다리를 건너면 멋진 여성이 다가와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다. 그리고 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전화 달라면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위험한 다리와 안전한 다리, 어느 쪽에서 전화를 걸었을까? 아주 가파른 계곡에서 걷기도 힘들 정도로 흔들거리는 무섭고 아찔한 다리를 겨우 건너온 남성 중 절반이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면 견고하고 안전한 다리를 건넌 남성은 8명 중 단 한 명이 전화를 걸었다. ‘휘청거리고 위험한 다리’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만난 여성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해서는 안 될 사랑, 위험하고 극적인 상황의 사랑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고 그 사랑의 실재보다 더욱 크고 깊은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콘돔 판매량, 호텔과 모텔의 예약률이 급증했다는 신문 보도 또한 불안이 사랑의 불꽃을 일으키는 큰 요인임을 보여준다. 불륜에서 격렬한 사랑의 불꽃도 이런 상황적 측면 때문에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TV는 세태를 반영한다고 한다. 비슷한 대상을 통해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금지된 욕망을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내 남자의 여자’와 같이 불륜을 다룬 드라마에서 아내들은 불륜 사실을 알았을 때 커다란 충격과 상처를 받는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여성은 임신 및 양육으로 인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자녀에게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 동굴 안에서 아이와 자신을 먹여살릴 먹이를 남자가 수렵해 와야 건강하게 자식을 키워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남자가 먹이를 다른 여자와 그 아이에게 준다면 이 여자의 생존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남편이 나와 내 아이에게 투자될 시간과 자원을 다른 여성에게 빼돌리는 불륜은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자 용서할 수 없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내 남자의 여자’ 속 피해여성 ‘김지수’(배종옥 분)가 남편의 배신으로 울부짖을 때 많은 기혼 여성이 같이 흥분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드라마는 우리에게 금지된 욕망을 추구하여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일반적으로 불륜을 다룬 작품에서 불륜의 상대 여성은 이기적인 모습만 부각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에게 혹사 당하면서도 보상 받지 못한 아픈 상처를 내비칠 때 그녀는 더 이상 무조건 미워할 수만은 없는 대상이 된다. 누구보다 예쁘고 멋진 ‘이화영’(김희애 분)이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줄 때 우리 내부에 있는 이중성이 발현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와 더불어 저렇게 멋지고 싶다는 부러움의 이중성을 부인할 수 없다.

 

일상은 지루하고 사랑은 식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가슴 뛰는 흥분이 살짝 빠져 있는 것일 수 있다.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은 짜릿하고 불륜은 달콤하다. 그러나 진실한 사랑의 달콤함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 사람을 그렇게나 죽도록 사랑해서인지, 해서는 안 될 사랑이라는 극적 상황이 가져다 주는 착각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런 착각을 대리만족시켜주는 불륜 드라마는 역시 짜릿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출처 : 창산초등학교 총동창회
글쓴이 : 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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