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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과 천상의 새
개구리
-김병연(金炳淵 1807∼1863)-
草裡逢蛇限不飛 澤中冒雨怨無蓑
초리봉사한불비 택중모우원무사
若使世人敎箝口 夷劑不食首陽薇
약사세인교겸구 이제불식수양미
풀숲에서 뱀을 만나면 날지 못함을 원망하고
연못 가운데서 비 만나면 도로이 없음을 원망하누나
세상 사람들 모두를 입다물 게 했더라면
백이.숙제도 수양산의 고사리는 먹지 않았을 것을
벼룩
貌似棗仁勇絶倫 半蝨爲友蝎爲隣
모사조인용절륜 반슬위우갈위린
朝從席隙藏身密 暮向衾中犯脚親
조종석극장신밀 모향금중범각친
尖嘴嚼時心動索 赤身躍處夢驚頻
첨취작시심동색 적신약처몽경빈
平明點檢肌膚上 剩得桃花萬片春
평명점검기부상 양득도화만편춘
모양은 대추씨 같으나 용기가 뛰어나
이와는 친구 삼고 전갈과는 이웃일세
아침에는 자리 틈에서 몸을 숨겨 찾을 수 없고
저녁에는 이불 속에서 다리 물려고 다가 오네
뾰죽한 주둥이에 물릴 때마다 찾아볼 마음이 생기고
알몸으로 될 때마다 단꿈이 자주 깨네
밝은 아침에 일어나 살갗을 살펴보면
복사꽃 만발한 봄날 경치를 보는 것 같네
아침과 점심을 내리 굶은 김삿갓이 산중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저만치에서 노인 네댓 명이 모여 앉아 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옳지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김삿갓은 노인들의 틈에 끼어 막걸리라도 한 잔 얻어 마시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어르신들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는 과객입니다만, 탁주 한사발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자기들끼리 잔을 돌리며 흥에 취해 있던 노인들은
불쑥 나타나 흉을 깬 김삿갓을 못마땅하게 쳐다 보았다.
"우리는 지금 한창 흥에 겨워 시를 짓고 있는 중인데
왜 불쑥 끼어 들어 흥을 깨는가?"
그말에 김삿갓은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가 무례를 범했군요. 그러나 저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자리에 끼워주시면 한 수 읊어 보겠습니다."
노인들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시를 짓다니 그게 정말인가?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거짓말을 입에 담은 죄로 저 산등성이까지 기어서 가야하네."
김삿갓이 노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선 탁주 한 사발만 주시면 그걸 먹고 시상을 다듬어 보겠습니다."
그러자 노인들은 각기 술 한잔씩을 따라 주었다.
막걸리 서너잔을 마시니 대번에 배가 벌떡 일어나는 게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자 이제 술도 얻어 마셨으니 시를 지어 보게나."
"예 그러지요. 먼저 어르신들이 한 수 지어주시면 제가 화답하는게 어떻습니까?'
"그거야 마음대로 하게.
그럼 내가 먼저 조(鳥)자, 운(雲)자, 군(群)자를 넣어 한 수 지을테니 화답해 보게."
石上難生草 房中不起雲
석상난생초 방중불기운
山間是何鳥 飛入鳳凰群
산간시하조 비입봉황군
돌 위에서는 풀이 돋기 어렵고
방안에서는 구름이 일어날 수 없는 일
산에 사는 어떤 잡새가
봉황의 무리 속에 날아 들었는가
첫째 연과 둘째 연은 배우지 못한 무식한 촌놈이라는 야유를 보낸 것이고
셋째와 넷째 연은 노인들 자신을 봉황에 비유하고 김삿갓은 잡새에 비유를 하였다.
我本天上鳥 常留五彩雲
아본천상조 상류오채운
今宵風雨惡 誤落野鳥群
금소풍우악 오락야조군
나는 본래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언제나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는데
오늘따라 비바람이 몹시 몰아쳐
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들었네
노인들이 봉황새라고 자처한 것에 대해
김삿갓은 그보다 한수 위에 있는 천상의 새라고 청하면서
들새 같은 노인들의 무리에 잘못 끼어 들었다고 화답한 시..
"이 정도면 술 몇 잔 값은 넉넉히 치렀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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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었다는 것은
개 견(犬)자 이고
내(乃)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는 것은
아들 자(子)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견 자니까 -"개쎄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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